유족에 사죄의 큰절 올린 5·18계엄군…"40년 죄책감 시달려"

입력 2021-03-17 18:40   수정 2021-03-17 18:42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참여했던 공수부대원이 자신의 사격으로 무고한 사망자가 발생했음을 인정하고 유족을 만나 사죄와 용서를 구했다.

그간 진압작전에 참여했던 계엄군이 자신이 목격한 사건을 증언한 경우는 더러 있었으나 가해자가 자신이 직접 발포해 특정인을 숨지게 했다며 유족에게 사과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17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5·18 진압 작전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 A씨와 희생자인 고(故) 박병현씨 유가족이 만났다.

A씨가 자신의 행위를 고백하고 유족에 사과하겠다는 뜻을 조사위에 밝혔고, 유족 역시 가해자 사과를 수용하면서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A씨는 자신의 총격으로 고인이 숨지게 된 데 대해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다.

그는 "어떤 말로도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드려 죄송하다. 저의 사과가 또 다른 아픔을 줄 것 같았다"며 오열했다. 유가족에게 큰절을 올린 A씨는 "지난 40년 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 유가족을 이제라도 만나 용서를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형인 박종수씨(73)는 "늦게라도 사과해줘서 고맙다"며 "죽은 동생을 다시 만났다고 생각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어 "용기있게 나서줘 참 다행이고 고맙다. 과거의 아픔 다 잊어버리고 떳떳하게 마음 편히 살아달라"며 A씨를 껴안았다.

조사위는 활동을 통해 A씨와 유사한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 조사위는 향후 계엄군과 희생자(유가족) 간 상호의사가 있는 경우 사과와 용서를 통한 과거사 치유, 국민통합 등을 적극 주선할 계획이다.

송선태 조사위원장은 "A씨가 이제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길 바란다. 당시 작전에 동원된 계엄군들이 A씨에 이어 이제라도 당당히 증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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